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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협정이나 CBAM이 우리 회사 일과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하나씩 파고들다 보니, 국제 환경 협약은 이미 수출 단가와 공급망 계약서 안으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협약이 체결되는 순간이 아니라, 규제가 현장에 닿는 순간 비로소 실감하게 되는 문제입니다.
파리협정과 NDC, 선언이 아니라 숫자 관리였습니다
솔직히 파리협정을 처음 찾아봤을 때는 "각국이 탄소를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자리"쯤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구조를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훨씬 촘촘했습니다.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제한하고, 가능하면 1.5℃ 목표를 추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즉 국가결정기여입니다. NDC란 각국이 스스로 설정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로, 5년마다 갱신하되 목표를 이전보다 높여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한국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목표를 상향 제출한 상태입니다(출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제가 특히 눈여겨본 부분은 글로벌 이행 점검(GST) 체계였습니다. GST란 각국이 NDC를 얼마나 이행하고 있는지 국제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으로, 이 결과가 다음 규제 강화의 근거로 쓰입니다. 쉽게 말해 목표만 세우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점검받고 다시 목표를 높이는 구조입니다. 이게 반복되면 기업 입장에서 느끼는 감축 압박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몬트리올의정서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오존층 파괴 물질 규제로 시작한 이 협약은 키갈리 개정을 통해 수소불화탄소(HFC) 감축까지 범위를 넓혔습니다. HFC란 냉장·냉방 설비에 쓰이는 냉매로, 온실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수백~수천 배 강한 물질입니다. 환경 규제가 탄소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이때 다시 확인했습니다.
CBAM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따져봤습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즉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은 처음 들었을 때 막연하게 "유럽이 탄소세를 붙이는 제도"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구조를 파악하고 나니 생각보다 직접적인 타격이 느껴졌습니다.
CBAM이란 EU로 수입되는 제품에 해당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현재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에 적용 중이며, 2026년부터 본격적인 비용 부과가 시작됩니다(출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앞으로 화학, 플라스틱, 유기화학물로 대상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걱정됐던 건 단순히 "비용이 추가된다"는 게 아니었습니다. 수출 제품 하나에 탄소 배출량을 증빙해야 한다면, 제품을 만드는 공정뿐 아니라 원자재를 조달하는 협력업체의 배출량 데이터까지 끌어와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대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납품 중소기업에도 곧바로 영향이 미치는 구조입니다.
미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청정에너지 세액공제와 친환경 제조업 지원을 담고 있고,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후 공시 규칙을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입니다. 연방 차원의 탄소세는 없지만, 캘리포니아 등 주 단위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운영 중이어서 미국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 역시 대응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 CBAM 현재 적용 품목: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총 6개)
- 2026년부터 실질 탄소 비용 부과 시작, 대상 품목 확대 가능성 있음
- 수입 제품의 탄소 배출량 신고 의무화 → 공급망 전체 데이터 관리 필요
- 미국 IRA와 SEC 기후 공시 규칙도 병행 강화 중
Scope 3 배출량,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이유
자료를 읽으면서 제가 가장 머리가 복잡해진 부분이 바로 Scope 3 배출 관리였습니다. Scope 1·2·3는 기업 온실가스 배출량을 범위에 따라 구분하는 체계입니다. Scope 1은 기업이 직접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설비에서 나오는 배출량, Scope 2는 기업이 구매한 전력이나 열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입니다.
문제는 Scope 3입니다. Scope 3란 원자재 조달, 물류, 제품 사용, 폐기까지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을 의미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측정 방법 자체를 정하는 것부터 쉽지 않습니다. 협력업체가 탄소 데이터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 데이터의 신뢰성도 검증해야 합니다. 기업 혼자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EU는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을 통해 인권과 환경을 포함한 공급망 전반의 실사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CSDDD란 기업이 자사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환경·인권 리스크를 파악하고 예방 조치를 취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지침입니다. 여기에 금융권까지 TCFD 기반 기후 리스크 공시를 의무화하면서 투자·대출 심사에 ESG 평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TCFD란 기후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태스크포스로, 기후 변화가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공시하도록 권고하는 국제 기준입니다.
제가 기업 담당자라면 Scope 3 전체를 한꺼번에 관리하려 하기보다, 우선 우리 산업에서 배출 비중이 큰 항목이 무엇인지부터 확인할 것 같습니다. 원자재인지, 물류인지, 제품 사용 단계인지를 먼저 특정하고 거기서부터 데이터를 쌓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이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것들
한국은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고 배출권거래제 3기 계획을 통해 유상할당 비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RE100이나 K-ESG 가이드라인,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의무화도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도 탄소 정보 공개 요구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솔직한 생각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였습니다. 모든 규제를 동시에 파악하려 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접근 방식을 바꿔봤습니다. 먼저 자사 또는 관심 업종에 어떤 규제가 실제로 적용되는지를 확인하고, 그다음에 현재 배출량이 얼마인지를 파악하는 순서로 진행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제품별 탄소발자국 인증,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은 당장 수치가 보이는 감축 활동입니다. 정부는 중소기업 탄소중립 전환 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한국거래소 ESG 포털에서는 기업의 ESG 정보 공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공공 지원 채널을 먼저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시작점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국도 각자의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는 아시아 최초로 탄소세를 도입했고, 중국은 발전·철강·시멘트 업종을 중심으로 전국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며 대상 업종을 계속 확대할 계획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에 연결된 기업이라면 우리나라 규제만 보는 게 아니라 주요 교역국의 규제 흐름도 함께 추적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CBAM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에도 직접 영향을 주나요?
A. 직접 EU에 수출하지 않더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라면, 대기업이 CBAM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량 데이터를 요구하는 상황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내 제품이 공급망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 단계입니다.
Q. Scope 1·2·3 배출량 중 어디부터 관리해야 하나요?
A. 측정이 비교적 쉬운 Scope 1(직접 배출)과 Scope 2(구매 전력)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Scope 3는 공급망 전체 데이터가 필요해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우리 업종에서 배출 비중이 큰 항목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한 뒤 순서를 정하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Q. NDC가 5년마다 바뀐다면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요?
A. NDC 목표는 원칙적으로 갱신할 때마다 상향되는 구조여서, 감축 압박은 앞으로도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단기 대응보다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협약 이행 일정에 맞춰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규제 강화 일정보다 최소 1~2년 앞서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탄소발자국 인증은 어떻게 받을 수 있나요?
A.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제3자 인증기관으로부터 검증받는 절차입니다. 국내에서는 환경부 산하 기관이나 공인 인증기관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 지원 사업을 활용하면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습니다.
결론
국제 환경 협약을 공부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달라진 생각은 탄소중립이 환경 구호가 아니라 수출과 공급망, 기업 비용과 연결된 경영 문제라는 점이었습니다. 파리협정의 NDC 구조, CBAM의 탄소 비용 부과 방식, Scope 3 배출 관리까지 살펴보고 나니 이건 규제가 완성된 뒤에 대응하면 이미 늦는 영역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현실적인 순서는 이렇습니다. 우선 자사 업종에 적용되는 규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다음 현재 배출량을 측정하며, 비용 대비 감축 효과가 큰 항목부터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것입니다. 환경 보호와 기업 경쟁력이 반드시 충돌하는 건 아니지만, 준비 없이 규제를 맞이하면 그때부터는 비용만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