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조건이 갖춰지길 기다리다 결국 아무것도 못 한 경험, 저도 꽤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행크 에런(Hank Aaron)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이상하게 마음이 오래 걸렸습니다. 장비도, 조명도, 변변한 연습 공간도 없었던 소년이 결국 메이저리그(Major League Baseball, MLB) 역사를 통째로 다시 썼다는 사실이 단순한 스포츠 성공담으로 읽히지 않았습니다.나무 막대기에서 시작된 타격 — 결핍이 만들어낸 유년기1934년 앨라배마주,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8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행크 에런에게 정식 야구 장비는 사치였습니다. 그는 나무 막대기를 깎아 배트를 만들고 길에서 주운 병뚜껑을 공 삼아 스윙을 반복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솔직히 저는 추신수 선수를 '메이저리그에서 잘 나갔던 타자'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1억 3천만 달러 계약이라는 숫자는 기억하면서도, 정작 그 숫자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거친 과정이 있었는지는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기록을 하나씩 추적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건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생존기였습니다.부산 소년이 마이너리그에서 배운 것추신수 선수가 2000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할 당시, 국내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왜 굳이 미국이냐"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부산고에서 투타 양면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였고, KBO 무대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재능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는 안정된 길 대신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환경을 택했습니다. 제가 그 선택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쉽게 이해가 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