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배리 본즈를 처음 봤을 때 그냥 '홈런 많이 치는 덩치 큰 타자'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타석에서의 움직임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나서야 '이건 차원이 다른 선수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다 762홈런, 단일 시즌 73홈런. 숫자만 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역대 최고의 타자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 앞에는 언제나 약물 논란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붙습니다. 본즈의 기록은 야구 역사에서 지워질 수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는 아직도 제 안에서 정리가 되지 않습니다.5 툴 플레이어의 진짜 의미, 약물 이전의 본즈제가 본즈의 초기 커리어 영상을 찾아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사람, 왜 홈런 타자로만 기억되는 거지?"였습니다. 1986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데뷔 시절의..
2014년 양키 스타디움 앞 지하철역을 나서는 순간, 거리 전체가 등번호 '2'로 도배된 광경을 마주쳤습니다. 그날 입장권을 손에 쥐기까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모르겠지만, 경기가 끝나고 사은품으로 받은 지터 그림이 새겨진 맥주컵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걸 보면 그 날의 감동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갈 겁니다. 20년 현역, 3,465안타, 5회 월드시리즈 우승. 숫자만 보면 위대하다는 걸 알겠는데, 실제로 그 자리에 있어 보니 숫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마이너리그의 좌절, 그 시작이 달랐던 이유일반적으로 메이저리그 스타들은 처음부터 재능이 넘쳤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지터의 마이너리그 초반은 그 기대와 꽤 거리가 있었습니다. 1992년 드래프트에서 뉴욕양키스가 1라운드 6순..
서른 살, 사이영상 3회·5년 연속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정점에서 샌디 코팩스는 마운드를 내려왔습니다. "남은 여생을 정상적인 몸으로 살고 싶다"는 한 마디와 함께.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통 선수라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텼을 텐데, 그는 스스로 멈추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 선택이 오히려 그를 전설로 만들었다는 게 참 역설적입니다.인내 — 제구력을 찾기까지, 무조건 밀어붙이는 게 답이 아니었습니다일반적으로 재능 있는 선수는 데뷔부터 빛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직접 코팩스의 커리어를 들여다보니 전혀 달랐습니다. 그는 1955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했음에도 초반 6 시즌 동안 통산 36승에 그쳤습니다. 155cm에 달하는 압도적인 패스트볼 구속을 가지고도 41이닝..
포스트시즌에서 무너지는 선수를 '위대하다'고 부를 수 있을까요. 저는 처음엔 그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클레이튼 커쇼의 커리어 전체를 따라가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세 차례 사이영상(Cy Young Award), 내셔널리그 MVP, 그리고 2020년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기록만 봐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그의 이야기 안에 있었습니다.결핍에서 트리플 크라운까지, 커쇼가 쌓아 올린 기록의 의미커쇼의 성장 과정을 처음 찾아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텍사스 출신의 이 좌완투수가 부모님의 이혼 이후 어머니와 둘이서 버텨온 시간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 마운드 위의 집념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가 단순한 성공 스토리로 읽히지 않았습니다.고등학교 시절 퍼펙트게임(Perfe..
최고의 원투 펀치가 있으면 반드시 우승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한동안 그렇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2001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입체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이라는 두 에이스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 뒤에서 버텨야 했던 김병현 선수의 시간까지 포함해서야 비로소 그 우승이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랜디 존슨과 커트 실링, 원투 펀치의 실체흔히 2001년 애리조나의 우승을 두 에이스의 압도적인 지배력 덕분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정리하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실제 기록을 찾아보니 단순히 "잘 던졌다"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더군요.랜디 존슨(Randy Johnson)은 그 해 정규 시즌..
남들이 "그 폼으로는 안 된다"고 말할 때, 폼을 고쳐야 할까요, 아니면 그 폼으로 증명해야 할까요. 저는 노모 히데오의 이야기를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을 때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고교 시절 테스트에서 낙방하고, 조국에서 도망자 소리를 들으면서도 자기 방식을 끝까지 붙든 한 투수의 궤적은, 사회생활에서 뜻대로 안 풀릴 때마다 제가 꺼내드는 이야기가 됐습니다.토네이도 투구폼, 결함인가 무기인가노모 히데오의 토네이도 투구폼은 몸통을 타자 쪽에서 완전히 돌려 등번호가 보일 때까지 회전한 뒤 공을 던지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와인드업(windup), 즉 투구 직전 몸을 최대한 꼬아서 힘을 비축하는 동작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것입니다. 일반적인 투구 이론에서 이 정도의 회전은 오히려 제구력 저하..